라떼는 잘 있니?

발행인
2024-04-26

 친구들은 나의 안부를 묻는 대신 우리 집 강아지 라떼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라떼가 주인마님 물지 않고 잘 있으면 나도 잘 있다는 논리다. 

이해는 안되지만 사실 맞는 말이다. 

강아지는 이제 더 이상 강아지가 아니다. 

한 가정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다. 

사랑 받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가장 크다. 

'라떼는 돈을 안 벌어와도 예쁘다고 하고, 오줌만 제자리에 눠도 착하다고 하고,

공부도 안해도 되고, 일도 안해도 되고 그냥 주인 보고 꼬리 흔들면서 좋다고 뛰어오르기만 해도 사랑을 받네. 

라떼 넌 좋겠다. 개든 사람이든 일단 예쁘고 봐야 돼. 라떼가 못 생겼으면 이렇게 좋아하지는 않을걸 아마. '

다 맞는 말이다.  우리집에서 가장 약한 존재이지만 우리를 움직이는 힘은 가장 강하다. 

라떼가 아프다고 하면 영국에서 쪽지가  날아오고 ,

시드니에서 한빛이가 끊임없이 안부를 묻는다. 

난 가만히 있어도 강아지를 아프게 만든 무능한 주인마님이 된다. 

강아지 나이 열 다섯은 사춘기가 아니라 완전 노년기다. 사람으로 치며 백 살 가까운 나이다. 

늙은 강아지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고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한빛이가 라떼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쳤다. 

'라떼 큐트(cute] 하면 어디에 있든 달려와서 한빛이 손바닥에 얼굴을 15도 정도 기울려 갖다 댄다. 이른바 얼짱 각도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런던에서 화상통화를 하며 계속 라떼 큐트 했더니 몇 번 하고 나서 나중엔 한빛이 손을  내려버린다. 

이 정도면 됐다는 표정이다. 

라떼는 자기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지 알고 있을까?

주인마님은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덜덜 떨면서도 에어컨을 밤 새 켜서 핵핵거리지 와하고 

라떼를 혼자 둘 수 없어 주인마님이 외국에 나갈 때면 호주에서든 영국에서든 꼭 누군가 들어와서 라떼를 보살펴야 하고 

참치와 고구마. 당근. 사과. 쌀을 끓여 유기농 스프로 대접해야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데 

그 힘을 가지고 있는 지 알까?

가방을 풀다가 사탕 한 알이 또르르 굴러 나왔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입에 사탕을 문 라떼가 휘파람을 불면서 끙끙거린다. 

내가 사탕을 하나 얻었는데 이걸 어쩌나. 누가 이걸 내가 좋아하는 간식 '츄'로 바꿔줄까?

비즈니스를 하자는 신호다. 우리는 라떼의 안타까운 휘파람이 끝나기 전에 얼른 딜을 해야 한다'

'아이고 라떼가 사탕을 물었네. 뭐로 바꿀까? 츄 줄까 ' 츄가 있는 서랍을 열고 통을 꺼내면 입에 문 사탕을 툭 떨어뜨리고 츄로 바꿔 간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모든 것이 라떼의 비지니스감이다. 입에 물리기만 하면 그게 땅콩 알이든, 화장품 샘플이든, 뭐든 가져와서 

휘파람을 불어서 자기가 원하는 것으로 바꿔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