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카브(탄수화물)을 먹잖아. (2023.06.18)

발행인
2024-03-30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에서 다이어트 하는 사람이 견뎌야 하는 가장 큰 어려움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은 이 한  마디라고 생각합니다. 

"넌 탄수화물을 먹잖아."


굳이 우리 말로 바꾼다면 "넌 마음대로 밥도 먹고 빵도 먹을 수 있잖아."

정도의 투정이겠죠. 


식단을 바꾸고 나니 가장 아쉬운 것은 불쑥불쑥 솟아나는 탄수화물에 대한 고픔입니다. 

"네가 김치를 참 잘 먹는구나"

같이 밥을 먹을 때마다 친구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말합니다. 

어지간한 음식에 대해서는 '먹자 먹고싶다고 말하지 않지만

밥상 앞에 앉으면 김치를 주로 먹는 것을 보고 하는 말입니다. 


다이이트 열흘 째가 되어가니 정말 먹고 싶은 것은 쌀밥입니다. 

빵을 한 입 깊게 배어물고 싶은 욕구가 하루 종일 라떼처럼 나를 따라 다니면서 

옷을 잡아당깁니다. 


'밥 좀 먹자. 왜 빵은 안 먹는거야.  

너 THE HYUNDAE 에서 파는 맘모스 빵 좋아하잖아. 왜 요즘은 그 빵 사러 안가?" 

그 빵 사러 걸어갔다 오면 왕복 40분에 4000 걸음 정도 걸을 수 있잖아. 

그것도 운동이야. 카드만 들고 갔다 오자. " 


밥 보다 빵이라는 단어에 침이 더 쉽게 고이고 

맛있는 빵을 찾아냈을 때는 멀어도 그 가게를 찾아갑니다. 

그게 이름도 거대한 '맘모스 빵'입니다. 

"엄마 어렸을 때 이렇게 맛있는 빵을 하나만 먹을 수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먹고 싶어,"

"엄마가 맛있고 좋아하면 드세요."


이름도 어마무시한 '맘모스빵'은 무게부터 예사롭지 않다. 

손에 들어올리면 느껴지는 묵짐함과 온 손바닥을 다 가리고도 남는 크기,

그것도 한 겹이 아닌 두 겹이다 

'난 겉만 맛있게 보이고 큰 것이 아니에요 

네 속 보이죠. 하얀크림은 노오란 밤톨을 안고 풍성한 탑을 쌓았어요. 

팥 앙금은 얇게 겹을 이루면서 우아함을 더해주죠. 

그 다음에는 초록색 강낭콩이 기꺼이 자신의 몸을 으깨서 천진한 모습으로 한 겹을 더하고 있어요. 

겉에 모인 파삭한 소보로 덩어리는 제가 얼마나 특별한 맛을 지녔는지 충분히 알게 하죠. 

가격은 무겁지 않아요. 속이 뻔히 비어있는 나머지 애들과 겨뤄도 난 지지 않는답니다. 

7000원이면 당신은 며칠을 행복할 수 있어요 

먹다 지치면 나를 손가락으로 집어 먹기 좋게 4센티 정도 정사각형으로 잘라서 

냉동시켜 주세요. 대신에 나중에 나를 냉동에서 깨어나게 할 때는 나의 모든 겹이 다 같이 있어야 한답니다. 

한 겹이라도 벗겨지면 안되요. "


쿠팡잇츠를 둘러봐도, 

배달의 민족을 아무리 찾아봐도 

내가 먹고 싶은 빵이나 음식이 없다. 

배가 고프고 갑작스럽게 닥친 탄수화물의 흉년에도 

난 아직 배가 덜 고픈지 선택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그래 배가 덜 고픈 것은 맞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택하다 보니 소화시간이 길어져저 

하루 종일 배 고프다는 느낌은 없다. 

시간 맞춰 먹어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먹을 뿐이다. 


'거의 일주일을 하루도 빼지 않고 고기를 몇 점씩 먹었어.'

쉽지 않은 경험이다. 


한 시간동안 배달의 민족 정신으로 쿠팡까지 오가던 나의 선택은 

마켓 컬리에서 멈췄다. 갈릭난. 

새벽에 배달된 난 한 장을 레인지에 돌려서 

좋아하는 과일 치즈를 올려 먹고 나니 

밤새 잠들지 못하고 헤매던 몸이 5시간 동안 깊은 잠을 잤다. 

위대한 카브의 힘이다.